미국 정부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 공격에 사용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이스라엘에 보내기로 했던 폭탄 수송을 잠정 중단했다. 이스라엘의 최대 무기 지원국인 미국이 폭탄 수송을 중단한 데는 라파 공격을 멈추라는 경고 메시지가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.

7일(현지시간) AP통신 등 보도에 따르면 미 정부는 지난주에 2000파운드급 폭탄 1800개와 500파운드급 폭탄 1700개 등 총 3500개 폭탄 선적을 잠정 중단했다고 미 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밝혔다.

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조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수개월간 미국의 반대에도 이스라엘이 라파에서 지상전을 강행할 조짐을 보이자, 지난달부터 폭탄 이전 여부를 재검토하기 시작했다. 한 관계자는 “지난주 수송 중단 결정이 내려졌고, 추후 수송 여부에 대해선 아직 최종 결정이 이뤄지지 않았다”고 AP통신에 말했다.

미국이 이스라엘에 보내려던 무기 이송을 잠정 중단한 것은 지난해 10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침공한 뒤 이번이 처음이다. 미국은 가자지구 내 민간인 피해를 우려한다면서도 전쟁이 시작된 이후 100차례 이상 이스라엘에 각종 무기를 보내왔다.

미 국무부는 선적이 임박했던 폭탄들과는 별개로 정밀유도 시스템을 탑재한 합동직격탄(JDAM)의 이스라엘 이전을 승인할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.

복수의 미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미 정부는 2000파운드급 폭탄이 피란민 140만명 이상이 밀집한 라파에서 사용되는 것을 우려해 이번 결정을 내렸다.

2000파운드급 폭탄은 파괴력이 매우 강해 인구 밀집 지역에서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 무기지만,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서 이 폭탄을 여러 차례 사용해왔다. AP통신은 미군의 경우 이슬람국가(IS)와의 오랜 전쟁에서 2000파운드급 폭탄을 신중하게 사용했지만, 이와 대조적으로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서 무분별하게 이 폭탄을 사용해왔다고 지적했다.

미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이번 무기 이송 보류 결정이 이스라엘 정부에 라파 공격을 중단하라는 일종의 “경고 사격”이라고 워싱턴포스트에 말했다. 미 언론들은 이번 조치가 라파 공격을 둘러싸고 미국과 이스라엘의 갈등의 골이 점차 깊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해석했다.

앞서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는 지난 5일 미국의 폭탄 이송이 알 수 없는 이유로 보류됐다고 보도했으나, 미 정부는 이에 대한 확인을 거부해 왔다. 이후 이스라엘군이 라파에 탱크를 진격시키며 지상전을 강행할 조짐을 보이자, 복수의 행정부 관리들이 보도 내용을 확인했다. 뉴욕타임스는 이를 두고 “이스라엘이 미국의 경고를 지속적으로 무시하는 데 대한 미 정부 관리들의 당혹감이 점차 커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”이라고 지적했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