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윤석열 대통령 취임 2주년을 이틀 앞둔 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외벽에 윤 대통령 취임 당시의 슬로건이 걸려 있다. 조태형 기자 phototom@kyunghyang.com

대국민담화나 사과 대해
대다수 “인색했다” 평가

“문제 본질에 사과 않고
듣기보다 본인 말만 해
‘바이든-날리면’ 사태도
언론 비난 부적절했다”

경향신문이 윤석열 대통령 취임 2주년을 맞아 시민 53명에게 ‘대통령의 말 중 가장 기억에 남는 표현’을 물은 결과 ‘바이든-날리면’ 발언을 꼽은 경우가 가장 많았다. 시민들은 지난 2년간 윤 대통령의 소통과 관련해 일방적으로 자기 할 말만 했다고 지적했다. 시민들은 정치적 성향을 가리지 않고 윤 대통령이 비판적인 의견을 경청해야 하고, 주기적으로 쌍방향 소통의 기자회견을 열어야 한다고 주문했다.

윤 대통령의 말 중 가장 기억에 남는 표현으로는 지난 2월 KBS 신년 대담에서 김건희 여사의 디올백 수수 의혹과 관련해 말한 “박절하게 끊지 못했다”, 지난 3월 한 마트에서 말한 “대파 875원이면 합리적인 가격” 등 표현을 꼽은 시민도 많았다.

‘바이든-날리면’과 ‘대파 875원’을 꼽은 의대교수 김모씨(41)는 “잘못된 표현 자체보다는 그 말들이 나온 다음에 수습하는 과정이 문제”라며 “매번 언론들이 이걸 과장하고 왜곡했다는 식으로 비난하고 뒤집어씌우니까”라고 했다. 대선 때 윤 대통령을 찍었던 40대 자영업자 정모씨는 ‘바이든-날리면’을 꼽으며 “차라리 (발언을) 인정했다면 대미관계에는 안 좋았겠지만 정치적인 측면에서는 더 나았을 것 같다”고 했다.

윤 대통령의 광복절 축사에 등장한 “일본은 파트너” 발언을 꼽은 시민들도 있었다. 30대 직장인 정모씨는 “굳이 광복절에 그런 얘기를 했다는 점에서 대통령 자격이 없다”고 말했다. 윤 대통령 대선 후보 시절 구호인 ‘공정과 상식’을 꼽은 시민들도 있었다. 대선 때 윤 대통령을 찍었지만 이번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을 선택한 자영업자 최병태씨(75)는 “그런데 (구호와) 완전히 반대로 가고 있다”고 꼬집었다.

지난 2년간 윤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나 대국민 사과가 충분했냐는 질문에 많은 시민이 “인색했다”고 답했다. 대선 때 윤 대통령을 찍었지만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에 표를 던진 전남 화순 거주 주부 김명옥씨(50)는 “아예 안 하지 않았어요? 하긴 했어요?”라고 반문했다.

본인 할 말만 한다는 비판도 많았다. 윤 대통령을 대선 때 지지한 전문직 김모씨(35)는 “소통 방식을 모르는 것 같다”며 “너무 자기 말만 하며 일방적이고 강압적으로 소통한다고 느낀다”고 했다. 직장인 염모씨(51)는 “민생토론회에서 주로 듣기보다 말하는 식이었다. 대통령은 들어야 하는 자리”라고 했다.

윤 대통령의 진솔한 사과를 촉구하는 응답도 많았다. 경기 파주에 사는 취업준비생 조모씨(25)는 “이태원 참사, ‘바이든-날리면’ 때 언론을 탄압한 것도 그렇고, (발생한 문제의) 본질에 대해서 사과한 적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”고 말했다. 부산에 사는 직장인 전모씨(34)는 “무슨 일이 있어도 내가 잘못했다 하면서 책임지는 꼴을 못 봤다”고 했다.

남은 임기 동안 대국민 소통을 위해 제안하고 싶은 방식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“비판하는 사람들의 쓴소리를 들어야 한다”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. 대선 때 윤 대통령을 찍었던 대학생 방모씨(23)는 “자기한테 비판적인 인사들 위주로 얘기를 많이 들어봤으면 좋겠다”고 했다.

기자회견 등 소통 빈도를 늘리라는 지적도 많았다. 윤 대통령을 지지했지만 총선에서 민주당에 표를 던진 한 주부(67)는 “한 달에 한 번이든 기자간담회를 해야 한다. 지금까지 거의 안 했잖아. 그러니까 자기 정책이 옳았다고 그러지”라고 했다.

각본 없는 소통을 주문하는 시민도 많았다. 자영업자 최모씨는 “대통령은 현장에 가도 다 듣기 좋은 얘기만 듣게 돼 있다”며 “자기들이 지정하지 말고 민주노총이나 한국노총 등 대표를 뽑으라 해서 그분들이 물어보고 싶은 거 다 물어보고 답변하라”고 했다. 익명을 요구한 한 직장인(46)은 “야당과도 안 하는 대화를 국민과 하는 게 의미가 있을까”라며 야당과의 소통이 먼저라고 말했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