대선 때 지지층 상당수
“바뀔 수 있을 것” 희망
비지지층은 “기대 없다”

“과오는 저질렀지만, 그것을 인정한 최초의 대통령” “도전했던 대통령” “막판에 정신 차리고 열심히 잘한 대통령”.

경향신문은 윤석열 대통령 취임 2주년을 맞아 인터뷰한 시민 53명에게 윤 대통령이 어떤 대통령으로 기억되기를 바라는지 물었다. 지난 대선에서 윤 대통령을 지지했던 시민 상당수는 ‘바뀔 수 있는 대통령’이라는 희망을 걸었다. 윤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았던 시민 상당수는 윤 대통령이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회의적 전망을 내놨다.

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‘고집과 아집을 버리는 대통령’으로 바뀌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. 자영업자 홍모씨(54)는 “지금이라도 언론과 만나 질문도 받고 야당과 협치와 소통을 잘해야 한다”고 했다. 정모씨(64)는 “경제적으로 성공한 대통령이 돼 달라”며 “경제 전문가들을 등용해서 경제를 살려야지 더는 법조인을 내세워서는 안 된다”고 당부했다. 곽모씨(43)는 “적어도 최악의 불통 대통령으로 기억되면 안 된다”고 말했다. 김모씨(54)는 “술은 좀 줄이고 정치 공부 좀 합시다”라고 말했다.

대선에서 윤 대통령을 찍었지만 이번 총선에서 지지를 거둔 시민들도 윤 대통령에게 “과오를 인정하라”고 조언했다. 오모씨(33)는 “초기에는 권력에만 골몰했지만 후기에는 나라의 미래를 고민하는 대통령”이 돼 달라고 했다. 황모씨(43)는 “대통령이 변하면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는 그간의 고정관념을 깨준 선구자로 기억될 것”이라고 했다.

윤 대통령을 찍었다가 지지를 철회한 김모씨(35)는 “대통령이 변하면 적어도 후퇴는 안 한, 국정을 망치지 않은 대통령이 될 것”이라면서도 “변하리라는 기대가 없다. 아무것도 안 해서 아무것도 안 망쳤으면 한다”고 쓴소리했다. 박모씨(66)는 “검찰 출신 옹고집 대통령으로 기억될 것 같다”고 말했다.

야권 지지층 상당수는 대통령이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. 야당 지지자인 김모씨(41)는 “총선 참패 이후에도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을 보면 진정 변할지 의구심이 든다”고 말했다. 김덕수씨(53)는 “박근혜 전 대통령과 더불어 최악의 대통령이 될 것”이라고 했다. 김모씨(39)는 “더는 대통령에 대한 기대가 없기에 대통령 스스로 용단을 내리거나 국회에서 탄핵소추를 해야 한다”고 말했다. 익명을 요구한 남성(35)은 “남은 3년간 식물 대통령이 될 것 같다”고 말했다.

시민들은 “제대로 정신 차린 대통령” “수출 폭망, 내수 폭망,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덜어주는 대통령” “잘못을 허심탄회하게 인정하고 다른 사람의 말을 듣고 변화하는 대통령” “화합과 협치를 보여줄 수 있는 롤모델” 이 돼달라고 당부했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