한국형 전투기 KF-21(사진)의 공동 개발 분담금 1조6000억원 중 6000억원만 납부하겠다는 인도네시아의 제안을 정부가 수용할 것으로 보인다. KF-21 개발에 미칠 악영향을 최소화하고 방산 수출을 도모하기 위해서다.

노지만 방위사업청 한국형전투기사업단장은 8일 기자들과 만나 “지난 3월 말 인도네시아 국방부가 올해부터 2026년까지 3년간 매년 약 1000억원씩 납부하는 계획을 제안해왔다”면서 “KF-21을 적기에 개발하는 것이 우리의 최우선 목표이고 국익 차원에서 (이를 수용하는)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”고 말했다.

애초 인도네시아는 KF-21 공동 개발에 참여하면서 총사업비 8조1000억원의 20%인 1조6000억원가량을 2026년 6월까지 납부하기로 했다. 사업비의 60%인 4조9000억원은 한국 정부가, 나머지 20%는 한국항공우주산업(KAI)이 부담한다.

그러나 인도네시아 측은 재정 악화를 이유로 연체해오다 지난해 말 우리 측에 2034년까지 10년에 나눠서 미납금을 내는 방안을 제안했다. 이때까지 인도네시아가 지급한 금액은 3000억원 수준이었다. 정부는 KF-21 체계 개발이 완료되는 2026년을 넘겨서 대금을 지급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판단해 거절했다. 인도네시아가 2026년까지 매년 약 1000억원씩 총 3000억원만 더 내겠다고 다시 제안한 것이 지난 3월이다. 공동 개발 분담금 1조6000억원이 아니라 6000억원만 납부하겠다는 뜻이다.

정부는 이 같은 제안을 수용하기로 가닥을 잡았다. KF-21을 계획대로 개발하는 것이 최우선 목표인 만큼 남은 변수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판단 때문이다. 이 경우 한국이 추가로 투입해야 하는 금액은 1조원이 아니라 약 5000억원일 것으로 예상된다.

문제는 분담금 대가로 인도네시아 측에 넘겨줄 기술 수준이다. 당초에는 인도네시아가 1조6000억원을 내고, 정부는 KF-21 시제기 1대와 기술자료를 넘겨주고 48대를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생산하기로 했다. 하지만 인도네시아 분담금이 3분의 1 규모로 축소된 만큼 어느 정도 기술 협력을 진행할지는 양국이 다시 협상해야 한다. 방사청 관계자는 “(납부금) 이상의 가치를 지니는 기술은 절대 이전될 수 없다”며 시제기를 제공하는 것도 “원점에서 재검토될 것”이라고 말했다.

방사청은 이르면 이달 말 방위산업추진위원회(방추위)를 열어 최종 결론을 낼 것으로 보인다.

정부는 올해 초 발생한 KF-21 자료 유출 의혹 사건과 이번 분담금 문제는 별개라고 선을 그었다. 앞서 KAI에 파견돼 일하던 인도네시아 기술자들이 방대한 분량의 내부 자료를 USB에 담아 외부로 가져가려다 KAI에 적발됐다. 이들은 현재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.